<닐과 로니의 환상 비망록> (1)

아....과제전 PT까지 열흘 남았는데..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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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과 로니의 환상 비망록>

서장 - 캐드니의 소동 (1) 









  1801년!
  미몽과 미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도달한 자랑스러운 19세기입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세기의 분수령이자 시작을 1800년도가 아닌 1801년도로 잡는다는 것도 알고 있을 만큼은 상식적이고 미몽에서 깨어있답니다.
  기분으로는 모든 것이 바뀐 것 같지만 정작 세기와 함께 변한 것을 찾아보려면 이마에 주름이 잡히도록 고민을 해봐야해요. 일단 창 밖으로 보이는 부두에는 작년에 못보았던 새로운 배가 있습니다. 거대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돛대를 다섯 개나 달고 있어 빠르게 바다를 가를 수 있는 클리퍼네요. 작은 어선들 사이로 꽤 덩치가 나가는 포경선도 몇 척 보이는군요. 비린내나는 부둣가 가판에는 분명 어제와는 다른 가다랭이랑 대구가 널려있고요. 또 그 옆에서는 바웬셔 고아원의 꼬마들이 역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꼬맹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조마조마해 죽겠습니다. 자칫 땅바닥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상한 생선 내장과 진흙이 묻어있을 녀석들의 옷을 세탁하는 일은 고스란히 저에게 떨어질테죠. 에휴)
  바깥 풍경에 정신을 쏙 빼놓고 있느라 창틀이 낡아 빠진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제 팔꿈치에 따끔하게 박힌 가시를 보면 이 창틀도 올해에 새롭게 갈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밀한 이성을 통하여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세기가 바뀌는 그 흥분도 걷어내지 못하는 막강한 우울함이 아직도 가시질 않습니다.
  세기가 바뀌었지만 나 로니 에버리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 바웬셔 공립 고아원, 생선 상한 냄새와 꼬질꼬질한 어선으로 북적거리는 캐드니 시에는 세기가 바뀌었다고 해서 같이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결론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일에 대놓고 토해내는 나의 이런 투정은 사실 단순한 전이행동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일상적인 일이 우울할 것이 뭐 있겠나요. 우는 꼬맹이들을 달래고, 지저분한 속옷을 세탁하거나, 깐깐한 에번스 원장의 헛기침소리를 들어가며 청소따위를 하는게 상당히 피곤한 일이긴 해도 말이죠.
  논리적으로 모든 일에는 합당하고 더 뿌리깊은 근거가 있기 마련입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압도적인 우울함. 새 세기에는 드디어 18년 간의 구질구질한 바웬셔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좌절시킨 근거는 바로 그 에번스 원장에게 있어요.
  "에버리 양, 평소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곤 했다는게 사실입니까?"
  나는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한 사람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똑바로 바라봤지요. 스티마 부인은 굉장히 독특한 인상을 가진 사람입니다. 물론 얼굴에 혹이 있다던가 등이 굽었다는 식의 기형적인 특징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녀는 굉장히 젊고 멋진 여성이지만 아주 딱딱하고 나이 지긋한 남자들 같은 위엄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상하게 번들거리는 자주색 눈동자는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라진 미신들이 부활하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되고맙니다. 꼭 눈빛 만으로  사람을 돌로 만들거나 자유자재로 홀리는 신화 속 무언가 같아요. 어찌되었건 상대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임에는 분명합니다.
  스티마 여사가 이렇게 바웬셔 고아원의 구석진 방에서 나와 독대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에번스 원장에게 있을겁니다. 한 달 정도 전에 저는 휘트시의 사범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었지만 합격에는 근거가 분명한 자신감이 있었지요. 수학이 약간 불안하긴 해도, 고등학교에서 나머지 과목의 제 성적은 아주 뛰어난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소리를 자기 입으로 직접 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여러분이 제가 겪은 황당한 일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말했습니다. 요는 저에게 사범학교 입학에 실패할 별다른 약점이 없었다는 겁니다.

  에번스 원장이 추천서에 써갈겨놓은 엉뚱한 글귀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나 원 세상에!

 [전략-상술한 내용과 같이 첨부한 증빙서류에서 보듯 로니 에버리의 수학능력은 귀 학원의 과정을 이수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는 바이오. 그러나
  에버리 양의 정신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하다는 것 또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요. 신경의학에 몸담고 있는 본인의 견해를 덧붙이자면 그녀의 지각과 현실 인식 능력에는 지극히 위험한 비틀림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오.
  즉 그녀는 항상 현실과 꿈의 경계를 애매하게 느끼거나, 애초부터 분간할 능력이 없소. 지금까지의 사례를 들어보면 -후략]

  에번스 원장은 바웬셔 아이들의 아버지와 같은 분이지만, 그 이전에 의사이며 과학자에 철저하게 이성의 가치를 믿는 분입니다. 덕분에 제가 평소에 하는 '어떤 부류의 말'들을 가차없이 정신적인 문제나 신경질환과 연루시키지요. 그분에게 저는 바웬셔 고아원의 원생이며, 일하는 식모인 동시에 그의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휘트시 사범학교에서 저에게 불합격 통지(그따위 추천장을 보고도 합격시킬 사람이 있을리가 없죠.)를 붙인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아침, 스티마 부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휘트시 학교의 교수라고 소개하며 저와 단독으로 면담을 하고 싶다 말했어요. 저는 실낱같은 희망에 눈을 반짝였지만, 그녀는 가차없는 아트로포스 여신처럼 대번에 기대를 자르고 들어갔습니다. 불합격 결정이 반려될 일은 없다네요. 쳇.
  스티마 부인이 관심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에번스 원장이 빌어먹을 추천서에 갈겨놓은 저의 신경증 사례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겨울, 아궁이에서 작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적이 있지?"
  "네."
  "그가 무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니?"
   기분이 우울하기는 해도 일단은 성실하게 답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누구라도 스티마 부인을 마주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거예요.
  작년 겨울이라...... 한참을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보았던 것은 분명 썩은 은행잎을 엮은 모자를 쓴 손바닥만한 사람이었을 겁니다.
  "아뇨. 저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순식간에 구멍속으로 도망쳐들어갔어요. 수줍음이 많았던 모양이예요."
  "구멍?"
  "쥐들이 드나드는 구멍이요. 그때 발견하고 모르타르로 막아버렸죠."
  스티마 부인은 곰곰히 생각하는 눈치였어요. 그리고 다른사람들이 그 얘기를 듣고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지요.
  "쥐를 잘못 본 게 아니었겠니?"
  "네, 그럴 수도 있죠. 모자를 쓰고 두 발로 뛰어다니고, 사람 발자국을 남기는 쥐였을 수도 있죠."
  "발자국이라?"
  "아궁이에서 튀어나왔으니까요. 발바닥에 재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통에 분명히 발자국이 남았다고요."
  그러면서 저는 손가락 한 마디를 붙잡아 보란듯 내밀었습니다. 발자국 크기가 딱 그만했었지요.  스티마 부인은 그 다음에도 비슷비슷한 사례들에 대해서 죽 나열하고 질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구석진 곳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던 난쟁이들이나, 말소리가 들리던 연못, 아궁이 불 속에서 보인 얼굴 등등등등......
  만약 제 얘기를 듣고있는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할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엄숙히 맹세하건데, 저는 결코 여러분들이 상상하거나 에번스 원장이 말하는 것같은 광인이 아닙니다. 단지 엄정하게 보이는 그대로 관찰한 결과를 논하는 것이 쉰소리로 취급받는 비이성적인 현실을 답답해할 뿐이죠. 여러분들이 어떤 것을 듣고 보아왔건, 저에게 그런 경험은 애들이 좋아하는 동화속에만 국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조금 더 스스로를 변호를 해보고 싶지만 그만 두죠. 어차피 여러분들은 대부분 에번스 원장처럼 이성적인 분들일테니까요.
  "혹시 추천서에 적힌 것들 말고 다른 것을 본적이 없니?"
  스티마 부인이 질문을 바꿨습니다. 줄곧 따분한 대조 질문을 받아온 터라 저는 맥빠진 얼굴로 창틀에 턱을 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성으로 부인에게 대답했습니다.
  "어떤것들이요?"
  "예를 들면."
  스티마 부인이 이상하게 뜸을 들였습니다. 신경이쓰여 견딜수가 없게 된 저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서늘한 오한이 느껴진 것은 순전히 기분탓이었을까요? 스티마부인의 자주빛 눈동자를 저는 순간 뱀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드래곤 같은 것."

  스티마 부인의 대답을 저는 바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가진 무엇인가가 저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 캐드니 부두의 하늘사이로 검고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섬뜩하며, 경이롭도록 빠른 것. 배 한척을 다 덮어버릴 수 있을 것같은 거대함까지!
  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스티마 부인을 바라보았습니다. 방금 전의 그녀의 대답이 조금씩 이해되자 마자. 저는 아이처럼 소리칠 수 밖에 없었죠.
  "본 것 같아요. 바로 지금요!"

 

  그 다음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 어느새 저는 바웬셔 고아원을 빠져나와 캐드니의 부둣가를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한껏 달렸기 때문인지, 심장이 터질 것같이 두근거렸습니다. 아, 세상에 지금껏 다른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수군거리는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여기던 저 였지만, 지금은 그런 미몽에 빠진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 드래곤이라니, 동화에 푹 빠진 어린아이들 말고는 아무도 그 존재를 쉽게 믿지 못할 겁니다. 저는 당연히 동화따위는 오래전에 졸업한 성인입니다. 이것은 부뚜막의 난쟁이와는 분명 격이 다른 경험이예요. 에번스 원장님의 교육방침대로 철저한 이성주의자로 자란 저는, 그 신화속 존재를 제 경험에 비추어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거든요.
  부두를 한참 동안 달린 다음에야 저의 경솔한 흥분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았던 거대한 그림자는 아무런 흔적도 없습니다. 으래 들릴법한 날개짓 소리도 없고,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기척도 없었죠.
  이상하게 부둣가에 사람이 없었던 것을 뺀다면 말입니다. 쨍쨍하게 햇볕이 내려쬐는 부두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평소답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바다를 살펴보았습니다. 제방 안으로 밀려오는 물결에 배들이 조금씩 흔들리는 소리, 잔잔한 미풍에 깃발과 삭구가 흔들거리는 소리, 하늘을 떠도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햇빛은 그 모든 평화로운 풍경을 하얗게 탈색시킵니다.

  그것은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주피터의 천둥이나, 티탄신들의 분노에 찬 노호가 이와 같을까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본 저는 그 자리에 못박혀 감히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시커먼 날개를 가진 거대한 그것은 끔찍하게 울부짖으며 제 머리 위를 지나갔습니다. 프리깃의 돛만큼 커다란 날개에서 이는 바람에 온 몸이 휩쓸려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불타는 채찍처럼 보이는 괴물의 꼬리는 건물의 지붕을 스치듯 부수면서 무수한 파편을 날렸습니다. 그중 몇 조각이 제 근처로 떨어져내려도 저는 감히 피할 수도 없었고요.
  교회의 종탑이 미친듯이 뎅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캐드니 시에 있는 모든 교회들이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았습니다.

  금방 멀찍이 떨어져 작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검은 괴물은 유유히 도시의 하늘을 돌아다녔습니다. 찬란한 태양에 빛나는 하얀 도시에서 그놈이 지상으로 불을 뿜어대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말로 다 표현할 바가 아닙니다. 서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지요.
  빨간 코트를 입고 소총을 든 군인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다니는 것을 본 뒤에야 저는 비로소 이것이 꿈도 아니고, 저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것도 아니며,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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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성으로 구상을 시작한 '소품'격의 글입니다. 이미 쓰고있는 글과는 동시 연재가 되겠습니다[..]

by 가일 | 2008/06/10 03:19 | 픽션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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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6/10 06:55
드, 드래건!
Commented by Lupus at 2008/06/10 08:28
;;; 멋진데요
Commented by A강진 at 2008/06/10 18:23
이성적인 식모소녀라... 메이드와는 다르다! 메이드와는!!
Commented by pelhav at 2008/06/11 19:55
바뻥;ㅂ; 나중에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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