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문답, 『죽음』

나도 심심해서 해 보는 지정문답.

지정문답이라고 합니다. 바통을 넘겨받는 상대에게 특정한 단어를 지정해주면, 그에 따라 질문과 답이 천변만화(...까지나) 하는 신개념 릴레이군요.

제가 받아온 제시어는 『죽음』입니다.(우와! 중2병 좀 쩌는듯 ㅋㅋㅋ)


■ 최근 생각하는 『죽음』
- 가장 최근으로는 몇 분 전, 손을 씻을 때 벌어진 제노사이드입니다. 비누와 온수라는 극악한 진압수단이 동원된 까닭에, 추정불가능한 수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손의 상피조직 위 공간을 점유할 때 아무런 법적 보장 없이 들어왔지만, 그들에게 강제력을 동원하여 퇴거, 진압, 학살을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사전경고도 없었음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한편 손의 상피조직의 법적 소유자를 자임하는 갑(가일)은 당 사건이 공익과 위생질서를 고려한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였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 이 『죽음』에는 감동
- 예고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가깝고 멀고를 떠나서 항상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그 가운데는 감동과 비슷한 것도 섞여있을겁니다. 이는 안락한 타성에 젖은 정신을 일깨워서, 자신이 항상 환경의 변덕스러운 선의와 찰나의 안정에 기대어 삶을 이어가는 (아직까지는)운 좋은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자신에게서 벗어나, 그것을 둘러싼 거대한 체계의 존재와 상존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시야를 얻는 것은 대단히 근사한 경험입니다. 혹자는 그런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세계의 목적성을 부정하는 기저에 깔린 저의 무신론주의를 '허무함'에 연루시키며 영혼의 종말이라 여기지만, 저는 반대로 이것을 경이로운 시작이라고 여깁니다. 성역이 없음을 인지하고 있는 사고는 생각하는 주체인 자신의 속성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고, 무엇이 확정적인 것이며 무엇이 안개처럼 사라질 허상의 도그마인지 구분하는데 더 명확한 기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 운이 없었던 죽음의 당사자에겐 그저 애도를......

■ 직감적 『죽음』
- 운이 좋다면,  앞으로 저는 80년 가량을 더 죽어갈 수 있을겁니다.

■ 좋아하는 『죽음』
- 있을까보냐!
......라곤 하지만 실은 지질시대에 있었던 죽음의 흔적을 쫓아다니는데 흥미가 있습니다. 저 고생물 빠돌이라능;

■ 이런 『죽음』은/는 싫다
- "내가 뒷날 어떻게 죽을까?"에 대한 생각이라면 '알게 뭐냐. 될대로 되라.'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어떤 식으로 죽음을 보더라도 그 때가 되서는 다 똑같이 싫을겁니다. 이게 싫다/좋다 해서 마음대로 고르기도 힘든 노릇이고요. 그리고 삶에 후회가 있건 없건 그놈은 사정봐주지 않고 도둑놈처럼 찾아들겠지요. 그러다보니 '이것만은 절대로 싫다!'라는 생각은 없고, 그저 운이 좋다면 ㄳ.......

■ 세계에 『죽음』이/가 없었다면…
- 우리는 생각하고 놀고 즐겁게 사는 대신, 아직도 심해저에서 펄펄끓는 황화수소 속을 헤매는 자기복제 물질로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죽음을 도구로하는 자연선택의 압력이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빚어 놓았습니다. 

■ 바톤을 받는 5명 (지정과 함께)
- 저도 사람을 직접 지정하는 대신, 단어들만 모아보지요. 단어 선정 기준은 딱히 없습니다.

『술』
『변태』
『애새끼』(......)
『식인괴물』
『다키마쿠라』(.......)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단어를 가져가셔서 문답을 작성하시면 됩니다.

by 가일 | 2009/01/27 20:41 | 잡담록 | 트랙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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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본격 행복하려고 노력하.. at 2009/01/27 22:19

제목 : 지정문답, 『술』
지정문답, 『죽음』 네, 지정문답입니다. 역시나 전 주당이므로(...) 술을 골랐습니다. 1. 최근 생각하는 『술』과실주입니다. 특히나 소주에 과일을 담갔을 때 과일이 그 소주 맛을 얼마나 변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할아버지 댁에 가서 할아버님과 같이 약주를 했는데, 매실에 소주를 부어 직접 담그신 매실주였지요. "오, 이거 부드럽고 향도 좋고 잘 넘어가는 게 괜찮네." 하고 넙죽넙죽 받아마시다가 ......more

Tracked from 괴글루Ver2-근성구현.. at 2009/01/29 00:57

제목 : 지정문답 -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걸 하리오
지정문답, 『죽음』역시나 난 변태니까Metamorphosis & sexually perverted 두가지 항목을 다 서술하겠음.■ 최근 생각하는 『변태』- 1. 완전변태와 불완전변태란 무엇일까. 단순히 번데기 과정 유무의 차이일까. 나비 번데기의 껍질을 주웠던 생각이 난다. 인간은 포유동물이라는 한계상(?) 불완전변태에 속하는데 IF 완전변태가 가능하다면 아마 지금처럼 숫자가 불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모름......more

Commented by kalay at 2009/01/27 21:19
차마 하기가 용이치 않은 단어들...
Commented by 가일 at 2009/01/27 21:21
사실은 저도의 바통 먹는 괴물 컨셉이라능......O>-<
Commented by 모모 at 2009/01/27 21:29
오오

술은 절 노리고 하신건가요!
술 받아갑니다. 낄낄.
Commented by 가일 at 2009/01/27 22:03
아니요. 단지 쓰고나니까 모모님이 생각났을 뿐입니다(?!)
Commented by 역설 at 2009/01/27 23:14
이건 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Commented by 가일 at 2009/01/27 23:48
해라! 넌 변태를 가져가라!
Commented by A강진 at 2009/01/27 23:28
....으흐흐흑
Commented by 가일 at 2009/01/27 23:48
강진님은 다키마쿠라를 가져가세요.
Commented by 몽상쟁이 at 2009/01/28 10:59
물곰이 되면 되는 겁니다.(응?)
Commented by Lupus at 2009/01/28 11:45
이.. 이건..
Commented by Ashz at 2009/01/29 19:48
단어들이...
Commented at 2009/01/31 00: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도밍게즈 at 2009/02/05 16:20
...저도. 하나 해봅니다.
음. 제법 좋아하는 주제가 있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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